중기단법 3수 승단 및 200일 수련을 맞이하며-분당양지수련원 박채원님 20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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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무현안녕하세요. 도반님들,
저는 새벽반에서 수련하고 있는 박채원입니다. 오늘은 2019년 2월 28일, 2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 저는 원장님께 3수 승단 안내를 받았고, 마침 200일 수련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자축하며 헤아려보니 오늘은 제가 국선도에 정식으로 입문하고 양지수련원에서 첫 수련을 시작한 지 437일이 되는 날입니다. 437일이 흐르는 동안 200일의 수련밖에 하지 못했다고 생각을 하니 무척이나 부끄럽습니다. 처음 도장에 찾아가 원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첫 수련을 하러 가던 날에 앞으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평생토록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었는데, 지난 시간 동안 그 각오가 무색해지고 또 다져지고를 반복하며 오늘에 이른 것 같습니다.
제가 국선도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사회 초년생으로 직장생활을 하던 2012년입니다. 국선도를 오랫동안 하신 70대 고문께서 젊은 직원들이 야근과 과로에 시달리는 것을 안타까워하시면서, 회사 교육장에 요가 매트를 깔고 준비운동을 가르쳐주신 적이 있습니다. 여러 차시에 걸쳐서 순차적으로 진행이 되었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국선도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준비운동뿐만 아니라 국선도의 원리에 대해서도 배우게 되어 기회가 되면 정식으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때 이미 연맹 홈페이지 검색을 통해 양지수련원에 대해서 알게 되었지만, 꽤 오랜 시간 용기를 내지 못하고 주저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고 몸과 마음이 너무도 쇠해져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한 2017년 겨울이 되어서야 수련원을 찾아가 원장님을 뵙고 수련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국선도 강해>를 보면, ᄇᆞᆰ받는 법을 닦아 가는 데 서른 가지의 육체적 변화와 마흔 가지의 정신적 변화가 생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강해 책에서 그것의 변화를 모두 다 설명하고 있지는 않아서 제게 일어난 변화 중 어떤 것이 그에 해당하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일의 수련 동안 입문호흡, 중기단법 1수와 2수 수련을 거치면서 일어난 제 변화를 이곳에서 나눠보고자 합니다.
우선 입문호흡 동안의 경험입니다. 입문호흡을 하면서 저는 거의 매일 수련일기를 썼습니다. 그 일기를 이곳에 다 나눌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입문호흡을 마무리하면서 제가 쓴 당시의 일기 일부를 공유함으로써 그때의 감회를 조금 나누려 합니다. 그에 앞서 조금 부연하자면, 입문호흡의 경험은 1수 승단식에서 제가 승단 소감을 이야기하며 울음을 터트린 것의 의미와도 같을 것 같습니다. 서른 해를 넘게 살아오도록, 늘 나를 사랑하고 싶었지만, 한 번도 나를 오롯이 사랑해보지 못한 한 존재로서 느낀 스스로에 대한 연민과 이제는 나를 조금은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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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 호흡을 마치고 중기단법 열흘에 접어든 지금 내게는 몇 가지 변화가 생겼는데, 잠에서 개운하게 일어난다는 것이고, 내 안에 화와 짜증이 줄었다는 것이며, 여전히 긴장이 있는 가운데 내가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에서 너무 조바심내고 전전긍긍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거에 이런 것들이 내 영혼을 갉아먹는 요인이었음을 기억한다면 이러한 변화는 나에게 매우 크고 중요한 것이다. 물론 여전히 일희일비하고 감정적 동요가 잦다. 그러나 내가 스스로 나의 변화를 깨닫는다는 것이 놀랍고 그 변화에 따라 살아지는 것이 또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요즘 나는 기형도 시인의 글처럼 나를 사랑하며 살아오지 못한 지난 30년의 삶과 달리 나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이따금 미소가 지어진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그리고 학문적으로 그리고 사상적으로는 밝사상과 함석헌 선생의 씨알사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니, 이러한 학문적 탐구를 통해 내가 먼 훗날 위기지학하고 위인지학 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정심, 정시, 정각, 정도 그리고 정행의 길이라 믿는다. 그리고 언젠가 아프리카에 국선도 수련원이 생기기를, 그리고 그 길에 내가 함께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그 안에서 나와 나를 아는 그들이 이 혼탁한 세상에 이제는 덜 힘겨워하고 덜 고통 받기를, 그로써 인간으로서 참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실로 바란다. 더는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 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부대끼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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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호흡의 경험은 사실 제게는 기적과도 같았습니다. 늘 부정적인 생각과 어두운 생각에 갇혀 지내던 제가 입문 호흡을 통해서 그로부터 조금 자유로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수 승단의 경험은 제게 무척이나 값지고 소중했습니다. 국선도를 더욱 열심히 하리라 다짐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수와 2수의 수련은 입문호흡처럼 제게 강력하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저 자신이 입문호흡처럼 절실하고 또 간절하게 수련에 임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너무 일찍이 찾아온 오만이었을 수도, 자만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고된 대학원 생활이, 육체적 피곤이 이유가 되었습니다만, 돌이켜 생각하면 이 모든 것이 핑계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안에 더 큰 절실함과 간절함이 있었다면, 수련에 대한 바른 마음가짐이 있었다면 조금 더 수련에 잘 임할 수 있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1수와 2수의 시간 동안 수련에 열심히 임하지 않은 시간만큼 제 감정은 요동쳤습니다. 때로는 입문호흡을 하기 전의 마음 상태로 되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수련을 2~3일 정도 거르면 제 감정이 변화하는 것을 느낍니다. 근심, 걱정, 긴장, 초조, 불안, 화 등의 부정적인 기운이 저를 찾아옵니다. 이처럼 1수와 2수의 수련은 내내 다짐과 허물어짐이 반복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어쩌면 수련의 소중함을 깨달으라고 주신 배움의 시간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난 하루하루의 시간은 그 자체로서 제게 하루살이 같은 정신적 변화의 경험을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시련이 제게 찾아올 테지만, 매 순간 배움의 기회로 삼아 수련에 정진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정신적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였는데, 저는 사실 건강에 문제가 있어 국선도를 시작한 경우는 아닌 터라, 육체적 변화에 대한 감동은 다른 도반님들보다 적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인상 깊은 몇 가지의 큰 변화가 있어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저만이 경험할 수 있었던 나름의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본디 자세가 좋지 않고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작업을 하는 편으로 골반이 틀어져 종종 왼쪽 하체 저림과 골반 및 허리 통증이 있었습니다. 또 장시간 앉아있다가 보니 심각한 변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1수와 2수 수련을 하면서 이 모든 증상이 거의 씻은 듯 사라졌습니다. 물론, 이 역시도 제가 수련을 게을리하면 다시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렇듯 제 몸의 변화가 하루를 살아가는 제게 어제오늘 수련 여부를 말해줍니다. 다른 변화는 2수 승단 즈음하여 제가 대학생 시절부터 8-9년 정도 복용하던 갑상선 기능저하 약 복용을 중단하게 된 것입니다. 1년 정도 시범적으로 중단하고 올 6월에 경과를 볼 예정이지만, 이 또한 국선도를 시작하기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긍정적인 결과입니다.
2수 수련을 마무리하며 최근에 느낀 또 다른 변화도 있습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의 특성상 종종 만 하루 정도의 장거리 비행을 하는 편인데, 장거리 해외 비행을 할 때 비행이 조금 덜 힘들어지고, 시차 적응을 하는 데 어려움이 적어졌습니다. 물론, 이 경우는 해외에서 체류할 때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에 일어나 준비운동과 가벼운 호흡 및 마무리 운동 혹은 입단행공을 1시간 정도씩 꾸준히 해서 가능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늘 어느 국가를 가던 물갈이로 고생을 했었는데, 최근에는 물갈이도 하지 않았습니다. 단기 출장을 다닌 지 만 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수련을 통해 전반적인 면역력이 강화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종종 평소보다 호흡이 잘 이루어져 호흡이 깊어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 날은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그 어떤 쾌감보다 짜릿합니다. 그런 날은 수련을 마무리할 때 몸이 가볍고 통통 튀어 오르는 듯합니다. 그런 날 기신법을 하다 보면 호흡을 내뱉거나 특정 동작을 취할 때에 하늘을 날 것 같은 착각도 하게 됩니다. 이런 순간의 경험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고 일상을 보내는 데 많은 힘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소위 말하는 지옥철을 탈 때, 제가 발을 딛고 설 수 있는 공간만 확보되면 눈을 감고 의념을 집수한 뒤 호흡에 집중하는데, 호흡이 가라앉으면 지옥이 사라진 공간에 오롯이 나만 있는 편안한 상태를 느끼게 됩니다. 국선도를 만나고 지하철 안에서 더 이상 지옥을 경험하지 않게 된 것은 제가 받은 또 하나의 큰 선물입니다.
2019년 새해를 맞이하며 부정적인 생각을 거두는 삶을 올해의 목표로 나눈 바 있습니다. 2월을 마무리하며, 200일 수련을 맞이하며, 또 3수 수련에 입하며, 다시 한 번 올해의 목표를 다잡아봅니다. 무심의 자리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하야겠습니다.
흔들릴 때마다 붙잡아주시는 원장님, 늘 반갑게 맞이하며 사랑을 나눠주시는 현사님, 제게 늘 관심 갖고 격려해주시는 새벽반 및 아침반 도반님, 그리고 오늘 제 200일 수련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신 오전반 도반님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더욱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긴 수련기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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