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체험기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입니다.

바른 몸에 바른 마음이 담기는 것입니다.

- 도운선사 -

마음 건강

국선도, 내 삶의 지주 2020.06.29

본문

작성자 :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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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국선도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육체적인 건강을 위해서였다. 변비와 소화불량, 요통, 견비통에 온 몸이 굳고 아프고 머리까지 묵직했었다. 오랫동안 씨름한 끝에 음식이나 한방치료 등으로 고치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던 것이다. 온 몸의 순환을 도와주는 운동을 하면 좋아질 거라 믿고 국선도를 배우게 되었다.


첫날 수련장에 갔을 때 쓴 수강신청서에는 수련의 목적을 묻는 란이 있었다. 나는 거기에 건강이라고 체크했던 것같다. 심신단련이라는 항목도 있었는데, 굳이 건강이라고 했던 것은 心의 단련에 대한 믿음과 기대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心이야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올바른 사상이 있으면 되는 것이지 단련한다고 단련되는 것은 아니고, 열심히 공부하고 반성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또 자신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단련하는 것이지 그것과 무관하게 수련을 한다고 단련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놀라운 것은 수련을 하니 몸만 가벼워지는 게 아니라 머리까지 맑아지고 기분도 상쾌해지는 것이다. 몸이 가벼워져서 기분이 좋아진 것과는 차원이 틀린 것같다. 설명이 나와 있지만, 그 이유가 다 이해되지는 않는다.


인간을 기계로 보는 서구식 생명관에 젖어있었기 때문에 기(氣)라는 것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기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느껴지는 것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또 단전호흡을 할 때 특정부위에 의념을 집중할 때 거기로 무언가가 집중되는 것이 있는데, 이것도 참 불가사의 하기만 하다. 의식이 신체 또는 신체의 활동에 영향을 주는 것이 분명한 것같다.


무협소설이나 구전설화에 나오는 얼핏보면 황당한 얘기들이 전혀 근거없는 얘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혹독한 자연조건에서 온 몸으로 생존을 지켜야 하고, 타민족과의 싸움에서 간단한 무기와 개인기에 의존해야 했던 시대에는 심신단련이 무엇보다도 중요했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국력과도 같은 것이었으리라. 하지만 역사의 흐름과 함께 무기가 발달하게 되자, 전쟁에서 개인의 체력과 무예보다는 전법, 무기 등이 더 중요해졌을 것이다. 또한 근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식량생산과 의술이 발달함에 따라 체력도 의약과 영양에 많이 의존하게 되었다. 정보사회인 오늘날 우리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면서 체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결국 과학문명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체력은 점차 약화되어온 과정이었다.


국선도를 알게 된 이후 나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고유의 심신수련법을 어째 이제사 알았을까 하는 자괴감이 든다.


96년경 국선도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도 이게 무예인줄로만 알았었다. 이번에 공부를 해보고서야 비로서 알았다. 우리 것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아니 무시한 결과다. 한때 우리것을 강조했지만, 말로만 그쳐 버렸다. 우리 것을 무조건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바로 가까이에 있는 보석을 모르고 있으니 한심하다는 것이다.


일제로 인해 단절된 역사와, 서구문명이 우리고유의 문명을 송두리째 밀어낸 역사적 원인도 있을 것이다. 선조들의 노고가 응축되어 있는 엄청난 결과물임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대를 이어온 것도 다행이라 생각된다. 이를 전수하기 위해 분투하신 분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앞으로 마음을 열고 우리 것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국선도를 통해 배우는 우리 역사에 대한 공부도 재미있을 것같다.


황현영 대리는 나더러 지극히 서구적인 사고체계를 가졌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아마 그럴 것이다. 내가 받은 학교 교육이 서구사상에 기초한 것이었고, 내가 운동할 때 학습한 ML주의도 서구사상이다.


더구나 나는 짧은 지식에 근거해 동양사상에 대해서는 좋아하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고, 내가 의지하기에는 헛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유교는 봉건적이라 싫고, 노장은 미신 같아서 싫고, 불교는 개인의 구원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고, 우리의 전통사상은 체계적이지 않고... 이렇게 치부해 버렸다. 물론 서구의 자본주의, 개인주의 사상에 대해서는 엄청 미워했었다. 미워하면 뭐 하나? 아는 게 그것밖에 없는데...


최근 우리 사회는 극도의 경쟁사회로 치닫고 있다.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 속에 남아있는 것은 돈, 출세, 경쟁, 개인주의, 쾌락 밖에 없었다. 너도 나도 이를 위해 달려가고 있다. 개인은 사회 부속물로서의 삶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내가 무식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국선도에 나타난 우리의 전통사상을 대했을 때 참 따뜻하고 여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내가 서구사상으로 꽉 차 있지만, 거부감이 별로 없었고, 오히려 친근했다.


국선도를 하면서 나는 기존의 가치체계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현상을 경험했다. 서구적인 가치로서는 절대로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서구사상을 다시 객관화시켜서 봐야하는 것을 의미하고, 동양사상도 다시 검토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우주와 자연과 사회와 인간의 문제를 하나의 완성된 체계로 설명하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닐까. 어쨌든 틈 나는 대로 동양철학에 대해 연구해 봐야겠다.


국선도를 처음 접했을 때 국선도가 내 삶의 지주가 되어주었으면 하고 바랬다. 삶의 목표와 방향을 줄 수 있다면 하고... 또 우리 사회를 통합하고 이끌어나갈 수 있는 사상이 될 수 있을까 하고 생각도 해 봤다. 그만큼 달랐고 그만큼 신선했다. 뭔가 있을 것만 같았다.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쓸쓸한 점도 있다. 인간 및 인간집단의 다양한 갈등을 풀어주기에는 너무나 개인적인 것이다.

나는 어쩜 구원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국선도는 내게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건강을 회복시켜 주었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고, 삶의 의욕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다. 나의 고정관념도 뒤흔들어놓았다. 기존의 사고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경험도 했다.


이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는 보다 많은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거다. 하지만 국선도의 사상과 철학 원리는 내게 너무나 어렵기만 하다. 꾸준한 수련을 앞세우면서 틈틈히 공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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